그림으로 주역(周易) 읽기 11 (택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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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주역(周易) 읽기 11
『주역』은 크게 상경(上經)과 하경(下經)으로 구분된다. 상경은 건(乾, 하늘)과 곤(坤, 땅)으로 시작하여 감(坎, 물)과 리(離, 불)로 마무리되고, 하경은 함(咸, 느낌)과 항(恒, 항심)으로 시작하여 기제(旣濟, 물) 미제(未濟, 불)로 끝난다. 다시 말하면 상경은 천지의 도를 자각한 성인의 도를 설명하고 있으며, 하경은 성인의 도를 기반으로 주역의 도를 실천하는 군자지도(君子之道)를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는 64괘 가운데 31번째이자 하경의 머리괘〔首卦〕인 택산함괘(澤山咸卦)와 그것을 형상화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택산함괘는 위에는 기쁨을 의미하는 못이 있고, 아래는 그침을 의미하는 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괘는 세 가지 영역을 함축하고 있는데, 우선 성인의 도를 실천하는 군자의 첫 번째 과제인 천인합일을 설명하고 있으며, 두 번째는 천인합일을 통하여 진리와 내가 일체가 되는 것을 말하며, 세 번째는 진리와 내가 일체됨을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택산함(澤山咸)

이 괘상(卦象)을 살펴보면 위에는 못( )이 있고, 아래에는 산( )이 있는 모습이며, ‘느낀다’, ‘함께한다’는 의미로 택산함( )이라 한다. 못은 땅의 기운을 위로 올려주고, 산은 하늘의 기운을 아래로 내려주어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못의 기운과 산의 기운이 서로 감응하는 관계, 즉 산이 있어 못의 물이 마르지 않고, 못이 있으므로 산이 윤택해지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함(咸)이다. 이는 또한 젊은 여자를 상징하는 태괘( )와 젊은 남자를 상징하는 간괘( )로 남녀 간에 서로를 느끼고 감응하는 도(道)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서괘전(序卦傳)」에서 “천지가 있은 연후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게 된 연후에 남녀가 있고, 남녀가 있게 된 연후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게 된 연후에 부자(父子)가 있고, 부자가 있게 된 연후에 군신(君臣)이 있고, 군신이 있게 된 연후에 상하가 있고, 상하가 있게 된 연후에 예의(禮義)를 시행할 수 있으니 부부의 도는 오래가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여 천인합일인 성인과 군자의 합덕을 남녀 간 부부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그래서 「단사(彖辭)」에서는 “함은 감응하는 것이다. 부드러움은 위로 올라가고 강함은 아래로 내려와서 두 기운이 서로 감응하여 서로 더불어 머물러서 기뻐하고, 남자가 여자의 아래에 있음으로써 형통하고 바르게 하여 여자를 취하면 길하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결론적으로 “천지가 감응하여 만물이 화생하고, 성인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천하를 화평하게 하니, 그 감응하는 바를 살피면 천지 만물의 뜻을 볼 수 있다.”라고 하였다. 또한 「상사(象辭)」에서는 “산 위에 못이 있는 것이 함이니, 군자는 이 상(象)을 보고 깨달아서 비움으로써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작품의 구성
이 작품은 미색 바탕에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황금색을 사용하였다. 선비의 자리인 육이 효는 중(中)을 얻은 자리이므로 황금색으로 가늘게 처리하고, 임금의 자리인 구오 효는 이 괘의 중심 획이 되므로 검은 색의 굵은 획으로 강하고 굳세게 처리함으로써 대비와 균형의 묘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함괘의 중심 획인 구오 효를 굵게 처리하면서 획의 윗부분에 흰색을 조금 섞어서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부드럽게 처리한 것은 공자가 “밀거니 당기거니 하여 자주 왕래하면 벗이 네 생각을 좇는다.”라는 함괘의 괘사를 풀이하여 「계사전(繫辭傳)」에서 “천하가 돌아가는 곳은 같아도 길이 다르며, 다다르는 곳은 하나지만 생각은 백 가지로 다르니,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하리요.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오니, 이처럼 해와 달이 서로 밀어서 밝음이 나오며,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니,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어서 한 해가 이루어진다. 가는 것은 굽힘이요 오는 것은 펴는 것이니, 굽히고 폄이 서로 감응하여 이로운 것이 생긴다. 자벌레가 굽히는 것은 펴기 위한 것이고, 용과 뱀이 움츠리는 것은 몸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의리를 정밀하게 해서 신묘함에 들어가는 것은 쓰기 위함이요, 쓰는 것을 이롭게 하여 몸을 편안히 함은 덕을 숭상함이니, 이를 지나서 가는 것은 혹시 알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신묘함을 궁구하여 변화를 아는 것은 덕의 성대함이다.”라고 한 말씀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육이 효와 구오 효를 제외한 나머지 효는 모두 흰색으로 처리하여 이 두 효가 화면의 중심이 됨을 명확하게 하였다. 또한 내괘의 중심 획인 육이 효를 황금색으로 처리한 것은 이것이 오행(五行)에 있어 토(土)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황금색은 곧 땅을 의미한다. 땅은 하늘의 기운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이는 육이 효가 상괘의 구오 효에 상응(相應)하여 우주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또한 그곳에서 길러 내는 어머니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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