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평 및 작가노트

2011년 작품전 평문 찬연燦然한 백색白色의 미학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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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5-12-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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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연燦然한 백색白色의 미학을 꿈꾸다

  - 제12회 현동 사공홍주 선생의 개인전을 맞이하며․․․


이번 개인전은 현동 사공홍주 선생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겨울의 큰 시련과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열리는 개인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시에 입은 내상을 치유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으리라. 한데 오히려 작품에 몰두함으로써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것을 보면 평소 선생의 마음공부가 얼마나 높고 깊은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아무리 비가 온 후에 땅이 굳어지고,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송백松柏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지만 이는 아무나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전까지와는 또 다른 예술적 경계를 열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니 화禍를 복福으로 바꾸는 힘도 결국 진실한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인가 보다.


현동 선생이 스스로 정체되는 것을 경계하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것이야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것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독특하고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때로는 느리고 완만하게 흐르다가 갑자기 빠르고 급박하게 휘몰아치기도 하고, 전통 기법을 그대로 따르는가 하면 현대적 구도를 적용하여 제한을 벗어나고, 고졸古拙하다 못해 투박해 보이는 필치와 세련미 넘치는 유려한 필선이 함께 어우러지며, 치밀하고 섬세한 필치와 과감하고 거친 건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대담함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시대를 초월해서 문인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표현 기법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듯 다양한 형식들이 한꺼번에 펼쳐진다. 특히 이전의 작품에서 자주 활용되었던 황토 바탕을 걷어버리고 대신 밝은 담채를 많이 활용함으로써 화사하고 산뜻한 색감을 강조한 것이 두드러진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어색하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번 전시의 주제는 《논어》에 나오는 ‘회사후소繪事後素’이다. 공자의 예술론을 언급할 때, 항상 처음으로 대하게 되는 이 개념에는 전통적으로 두 가지의 해석이 있어 왔지만 어느 쪽이던 흰 바탕이 되는 것으로서 작가의 인격과 덕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동 선생은 흰 바탕을 시각적 요소로 드러내는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즉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를 드러내 보이면서도 역설적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형原形으로서의 백색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마치 햇살이 수천 수만의 색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스스로는 아무런 색이 없어 보이는 것처럼. 모든 색을 포함함으로써 끝내 스스로는 탈색되어 어떤 색으로도 제한되지 않는 순연純然한 백색을 수묵으로 그려내고 그 속에 모든 예술적 요소를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기발한 예술적 창의성이 아닐 수 없으며, 필자가 알기로 이런 시도는 지금까지 누구도 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영역이다.


감상자가 겉으로 드러난 색채에 현혹되어 버린다면, 그림의 배경으로 활용된 짙은 묵색에 시선을 빼앗겨 버린다면 그 아래 사이사이에 의도적으로 남겨 놓은 흰 실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보기에 따라 기괴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정작 표현하고자 한 것이 드러난 색채가 아니라 그 색을 만들어 내는 희고 담박한 바탕에 있음을 이해한다면 문인화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열리게 될 것이며, 일찍이 추사秋史 선생께서 말씀하신 바 ‘의도하지 않은 괴怪’가 과연 어떤 경지를 표현한 것인지 느끼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열 두 번의 개인전 가운데 가장 많은 공을 들여 작품을 그리고, 또 그만큼 수 천 장의 파지를 만들어 내었다는 선생의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어느 작품 하나 허투루 볼 것이 없다. 원하는 색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그림과 어울리는 화제를 찾아 글씨의 농담 하나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아무렇게나 찍어 놓은 듯한 낙관에도 선생의 치밀한 의도와 예술적 감각이 발휘되었음을 안다면 순백純白의 예술혼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10월 소담재素澹齋에서

                                                           공산空山 황지원黃志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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